풀잎 하나도 / 백천 김재근
이른 새벽 갑사 동종이 울리면
붉은 모란 깨어나 합장을 하고
입상 옆 계곡 거침없이 비우는 물은
집착을 씻어 내리는 숨소리
숲들이 앞으로 달려 나오고
연두색 고운 바람 청정한 길을 낸다
명주실 햇살 사이로
딱새 두 마리 배낭에 날아와
요리조리 머리 돌려 사람들 마음 띁어보고
정상으로 향하는 거친 계단 오르면
작은 꽃 하나 두고 떠나는 구름
걸어온 흔적 비워 내는
바람도 품어 안은 산에
흔들리는 풀잎 하나도
부처의 마음인 것을