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
가을 나그네
백천/ 김재근
고요한 새벽
누가
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
창문을 두드린다
남들이 잠든 이 밤에 부끄러운 듯
찾아온 비
이 가을
새벽에 흘리는 눈물인가 보다
못 다한
무슨 이야기 하려는 듯 기대어
울고 있다
채우고 채운
토실한 이 계절에
이제부턴
하나씩 덜어내려 하는지
공원의 한 그루
노오란 감들과
붉은 산수요
앙증맞은 열매 하나하나 입술로 적시고
아쉬운 듯
서러운 듯
아파트 창문을 두드리더니
마지막
벚나무 갈색 낙엽 한 잎 떨구고
혼자
흔적 없는
길을 떠났다.